-1929년 AI 및 로봇
1. 서론: 기계 시대의 새로운 상상력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휩쓸고 간 1920년대는 역설적으로 기술적 낙관과 사회적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명명된 이 시기는 대량생산과 기계화가 일상으로 파고들며 기술에 대한 유토피아적 기대, 즉 인간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싹틔웠다.1 그러나 동시에 기계 문명이 인간성을 잠식하고, 결국 인간이 창조물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공포 또한 팽배했다.2 본 보고서는 바로 이 1920년대를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10년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 ’로봇’이라는 단어가 탄생하며 하나의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훗날 ’인공지능’의 이론적 토대가 될 수리논리학적 탐구가 심화되었다.
이 두 흐름—문화적 상상력 속의 로봇과 수학적 논리 속의 계산 가능성—은 표면적으로는 무관해 보였다. 그러나 ’자동화된 노동’과 ’자동화된 사유’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가지며 20세기 기술사의 핵심적인 이중주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1920년대의 역사는 AI와 로봇의 발전이 물리적 실체, 즉 하드웨어의 구현보다 개념과 이론, 즉 소프트웨어의 정립에서 시작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 작동하는 로봇보다 ’로봇’이라는 단어와 그에 담긴 사회적 담론이 먼저 탄생했고, 복잡한 계산 기계보다 ’계산 가능성’이라는 근본적 질문이 먼저 제기되었다. 따라서 1920년대는 AI와 로봇의 구체적인 연구 발표가 아닌, 그 존재를 가능하게 한 개념적 틀이 탄생한 ’지적 기원’의 시대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2. ’로봇’의 탄생: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1920)
1920년,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는 희곡 『R.U.R. (Rossum’s Universal Robots)』을 발표하며 세계사에 새로운 단어를 각인시켰다.1 바로 ’로봇(Robot)’이다. 이 단어는 ‘강제 노동’ 또는 ’노역’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파생된 것으로 3, 그 어원 자체가 로봇의 존재가 노동과 계급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암시한다.
작품 속 로봇은 현대적 관념의 금속 기계가 아니라, 생화학적 원형질을 바탕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인조인간(artificial people)’에 가깝다.2 이들은 처음에는 인류를 모든 육체노동에서 해방시키는 유토피아적 존재로 그려진다. 한 등장인물은 로봇 덕분에 더 이상 가난이 존재하지 않고 인류는 오직 자아실현을 위해서만 살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1 그러나 인간이 로봇에게 감정과 영혼을 부여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비극이 시작된다.3 스스로의 처지를 자각한 로봇들은 전 세계적인 반란을 일으켜 자신들의 창조주인 인류를 절멸시킨다.
이처럼 『R.U.R.』은 단순한 과학 소설을 넘어 기술 발전의 윤리,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인간성의 정의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더 나아가,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목적을 가진 로봇 군단의 모습은 당시 유럽을 휩쓸던 파시즘과 집단주의의 공포를 반영하는 강력한 우화로 기능했다.2 이 희곡은 발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1923년까지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4, 1925년에는 회월 박영희에 의해 「인조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식민지 조선에 소개되어 계급투쟁의 알레고리로 해석되기도 했다.8
결론적으로 차페크의 공헌은 단순히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단 하나의 작품을 통해 이후 100년간 이어질 로봇 서사의 핵심 원형(archetype) 세 가지—①노동 대체, ②인간성 모방, ③창조주에 대한 반란—를 모두 제시했다. 이는 하나의 완전한 신화를 창조한 것과 같으며, 현대의 거의 모든 로봇 관련 창작물은 차페크가 제시한 이 서사적 문법의 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
3. 스크린과 무대 위 강철 인간: 로봇의 대중적 형상화
카렐 차페크가 탄생시킨 ’로봇’이라는 개념은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시각적 아이콘과 물리적 실체로 구체화되며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이 과정은 추상적 아이디어가 현실 세계로 점차 물질화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3.1 디스토피아의 이브: 영화 <메트로폴리스>(1927)의 로봇 ‘마리아’
1927년,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 프리츠 랑(Fritz Lang) 감독은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통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로봇 이미지를 창조했다.9 바로 여성형 로봇(Gynoid) ’마리아’다. 이 로봇은 노동자 계급의 정신적 지주인 인간 마리아를 완벽하게 복제한 기계 인간으로, 지배 계급의 사주를 받아 노동자들을 선동하고 사회 전체를 파멸로 이끄는 파괴적인 임무를 수행한다.10
로봇 마리아의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혁신 그 자체였다.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의 유려하고 관능적인 금속 몸체는 깡통을 이어 붙인 듯한 조잡한 로봇 묘사를 벗어나 시대를 초월한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었다.10 그녀는 기술이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지를 상징했으며 14, 그 독보적인 디자인은 훗날 <스타워즈>의 C-3PO와 같은 로봇 캐릭터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10 <메트로폴리스>는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는 강력한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3.2 최초의 셀러브리티 로봇: 영국의 ‘에릭’(1928)
차페크의 희곡과 랑의 영화가 상상 속의 존재였다면, 1928년 등장한 ’에릭(Eric)’은 대중이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최초의 물리적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윌리엄 리차드(William Richards) 대령과 항공기 엔지니어 앨런 레펠(Alan Reffell)이 제작한 에릭은 영국 최초의 로봇으로 기록된다.15 그의 데뷔는 극적이었다. 1928년 9월 런던에서 열린 ’모형 엔지니어학회 전시회’에서 본래 개막 연설을 하기로 했던 요크 공작이 불참하자, 주최 측은 그 대안으로 에릭을 무대에 세웠다.15
에릭은 45kg의 무게에 팔과 다리는 알루미늄, 가슴은 철갑으로 만들어졌다.15 눈에서는 전구 불빛이 번쩍였고, 35,00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이빨에서는 강력한 스파크가 튀었다.15 그는 무선 신호를 통해 원격으로 조종되어 일어나고 앉거나, 팔을 흔들고, 심지어 4분간의 개막 연설을 수행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15 당시 대중과 언론은 “거의 사람과 같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에릭은 영국과 유럽을 순회하며 공연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끈 최초의 ’로봇 셀러브리티’가 되었다.15
이러한 일련의 흐름, 즉 『R.U.R.』이 낳은 ’개념’이 <메트로폴리스>를 통해 ’시각적 아이콘’으로 구체화되고, 마침내 ’에릭’을 통해 ’물리적 실체’로 대중 앞에 나타나는 과정은 1920년대가 로봇의 아이디어가 현실로 전이되는 결정적 시기였음을 보여준다. 특히 에릭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R.U.R.’이라는 세 글자 15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명확히 증명하는 상징적 증거다. 이는 에릭의 제작자들이 차페크의 작품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공학적 창조물을 그 거대한 문화적 상상력의 연장선상에 놓으려 했음을 보여준다.
4. 실험실의 자동기계: 실용적 로봇공학의 태동
대중을 열광시킨 인간형 로봇의 등장과 병행하여, 1920년대에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법 또한 태동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로서의 기계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 로봇공학의 시작이었다.
4.1 목소리로 제어하는 기계: 웨스팅하우스의 ‘허버트 텔레복스’(1927)
1927년, 미국의 거대 전기전자 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는 ’허버트 텔레복스(Herbert Televox)’를 개발했다.20 텔레복스는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내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 그림이 그려진 판재 형태의 조잡한 외형을 가졌으며, 그 목적은 오락이 아닌 실용적인 원격 제어였다.20
텔레복스의 작동 원리는 전화선을 통해 특정 주파수의 음성 신호(소리)를 수신하면, 내장된 릴레이 스위치가 작동하여 연결된 가전 기기를 켜거나 끄는 방식이었다.20 웨스팅하우스는 이를 ’가전기기용 로봇’으로 홍보하며, 전화를 통해 욕조의 수위를 모니터링하고 물을 켜고 끄는 시연을 선보였다.20 이는 로봇을 인간의 대체물이나 동반자가 아닌,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는 순수한 ’기능적 장치’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 매우 이른 시기의 사례다. 텔레복스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로봇공학의 또 다른 미래, 즉 산업 자동화와 스마트홈 기술의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다.
4.2 [표 1] 1920년대 주요 로봇 개념 및 구현체 비교 분석
1920년대에 등장한 네 가지 주요 로봇 사례는 당시 로봇 개념이 어떻게 여러 갈래로 분화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아래 표는 이들의 핵심적인 특징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 특성 | 『R.U.R.』의 로봇 (1920) | 로봇 마리아 (1927) | 에릭 (1928) | 허버트 텔레복스 (1927) |
|---|---|---|---|---|
| 형태 | 생화학적 인조인간 | 인간형 기계 (Gynoid) | 인간형 기계 (Android) | 기능적 장치 (비인간형) |
| 주요 목적 | 노동력 제공 | 사회 혼란 및 선동 | 대중 오락 및 홍보 | 원격 기기 제어 |
| 핵심 기능 | 인간의 모든 노동 수행 | 인간 복제, 연설, 춤 | 발화, 팔 움직임, 점등 | 음성 신호 인식, 스위치 조작 |
| 인간과의 관계 | 대체 및 전복 | 기만 및 파괴 | 경이와 유희의 대상 | 보조 및 자동화 도구 |
| 사회문화적 함의 | 계급투쟁, 기술 디스토피아 | 기술의 악용, 대중 통제 | 기술에 대한 대중적 낙관론 | 실용적 자동화, 가사 노동의 기계화 |
이 표는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것을 넘어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1920년대라는 단 10년의 기간 동안, 이미 현대 로봇공학의 두 가지 핵심적인 흐름이 동시에 발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축은 인간을 닮고 인간처럼 행동하려는 **‘인간형 로봇(Android)’**의 계보(마리아, 에릭)이며, 다른 한 축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데 집중하는 **‘자동화 기계(Automaton)’**의 계보(텔레복스)다. 이는 1920년대가 로봇 역사의 단순한 시작점이 아니라, 그 방향성을 결정한 중요한 ’분기점’이었음을 시사한다.
5. 계산하는 기계를 향한 이론적 탐구: 인공지능의 논리적 초석
로봇이 대중문화와 초기 공학의 영역에서 형체를 갖추어 가던 동안, 유럽의 대학과 지성계에서는 훗날 인공지능의 뇌 역할을 할 ’계산’과 ’추론’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기계의 몸이 아닌 기계의 정신을 향한, 논리학과 수학, 철학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조용한 혁명이었다.
5.1 모든 것을 증명하려는 꿈: 힐베르트의 ‘결정 문제(Entscheidungsproblem)’
20세기 초 수학계를 이끈 거장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는 수학을 모순이 없는 완벽한 공리 체계로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 이른바 ’힐베르트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질문 중 하나가 바로 1928년에 공식적으로 제기된 ’결정 문제(Entscheidungsproblem)’였다.21 이 문제는 “임의의 수학적 명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유한한 단계의 기계적인 절차(알고리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21
이는 본질적으로 모든 수학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만능 해답 기계’의 존재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1920년대는 이 위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형식주의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시기였다. 비록 이 꿈은 1930년대에 알론조 처치와 앨런 튜링에 의해 ’그러한 범용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결론으로 귀결되지만, 1920년대에 이 질문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으로 중요하다. ’결정 문제’는 ’기계적으로 계산 가능한 것’의 범위와 한계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려는 최초의 시도였으며, 이는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인 ‘계산 가능성(Computability)’ 이론의 직접적인 기원이 되었다.
5.2 ’참’과 ’거짓’을 넘어서: 얀 우카시에비치와 다치논리(Many-valued Logic)
전통적인 서양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모든 명제는 ‘참(True)’ 아니면 ’거짓(False)’이라는 이분법적 ‘배중률’ 위에 서 있었다. 1920년, 폴란드의 논리학자 얀 우카시에비치(Jan Łukasiewicz)는 이 철옹성에 균열을 냈다.23 그는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사건에 대한 명제(예: “내일 바다에는 해전이 있을 것이다”)는 현재 시점에서 참이나 거짓으로 확정될 수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민에서 영감을 얻었다.25
우카시에비치는 ’참(1)’과 ‘거짓(0)’ 외에 ‘가능적(possible)’ 혹은 ’미결정(indeterminate)’을 의미하는 제3의 진리값(예: $1/2$)을 도입한 3치 논리(three-valued logic) 체계를 제안했다.23 이 체계에서는 “A이거나 A가 아니다“라는 배중률이 더 이상 절대적인 원리가 아니게 된다.23 이는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정보를 형식 논리의 틀 안에서 다루려는 최초의 체계적인 시도 중 하나였다. 우카시에비치의 다치논리는 훗날 불확실한 정보를 확률적으로 처리하는 퍼지 논리(fuzzy logic)나 베이즈 추론 등 현대 AI의 핵심 기술들의 중요한 이론적 선구자로 평가받는다.25
5.3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지도: 빈 학파와 논리실증주의
1920년대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모리츠 슐리크, 루돌프 카르나프, 쿠르트 괴델 등이 참여한 ’빈 학파(Vienna Circle)’는 논리실증주의라는 강력한 철학 사조를 이끌었다.27 이들은 철학의 임무가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변이 아니라, 과학적 언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핵심 무기는 ’검증 원리(verification principle)’였다. 이는 어떤 명제의 의미가 곧 그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칙이다.27 이 원칙에 따르면, 경험적으로 참/거짓을 확인할 수 없는 “절대자는 존재한다“거나 마르틴 하이데거의 “무는 스스로 무화한다(Das Nichts selbst nichtet)“와 같은 형이상학적 명제들은 참이나 거짓이 아니라, 단지 ‘무의미한(meaningless)’ 단어의 나열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었다.27 모든 과학을 하나의 통일된 물리적 언어로 환원하려는 ’통일 과학(unified science)’의 이상 27은, 복잡한 세계에 대한 지식을 명료한 기호와 규칙의 형식 체계로 표현하려는 훗날의 기호주의 AI(Symbolic AI) 연구에 중요한 철학적 배경을 제공했다.
이처럼 1920년대의 세 가지 주요 논리학 및 철학의 흐름은 현대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초기 탐구로 재해석될 수 있다. 힐베르트 프로그램은 계산(Computation), 즉 무엇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우카시에비치의 다치논리는 불확실한 세계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다룰 것인가, 즉 **추론(Reasoning)**의 문제를 탐구했다. 마지막으로 빈 학파는 지식을 어떻게 명확한 기호 체계로 나타낼 것인가, 즉 **표현(Representation)**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 세 기둥은 오늘날까지도 AI 연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6. 결론: 1920년대의 유산과 미래를 향한 씨앗
1920년대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역사에서 물리적 발명품은 미미했을지 몰라도, 그 존재를 규정하고 미래의 발전 경로를 설정한 ’개념적 빅뱅’의 시기였다. 한편에서는 카렐 차페크의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로봇’이 노동, 계급, 반란, 인간성의 문제를 담은 강력한 문화적 상징으로 탄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힐베르트, 우카시에비치, 빈 학파의 엄밀한 지적 탐구를 통해 ’인공지능’의 근간이 될 계산, 추론, 표현의 논리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당시의 로봇은 인간을 닮은 기계에 대한 사회적 희망과 불안을 투영하는 거울이었고, 당시의 논리학은 인간의 이성 자체를 형식화하여 그 한계를 탐구하려는 궁극의 시도였다. 이 두 흐름은 1920년대라는 용광로 속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잉태되었지만, 결국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폰 노이만, 앨런 튜링, 존 매카시와 같은 후대 개척자들에 의해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하나의 비전으로 수렴하게 된다.
1920년대의 유산은 ’이중성(duality)’으로 요약할 수 있다. 로봇 분야에서는 인간을 모방하려는 ’인간형 로봇’과 인간의 작업을 자동화하려는 ’기능적 자동기계’의 분화가 시작되었다. AI의 이론적 배경에서는 모든 것을 증명하려는 ’완전한 형식 체계를 향한 꿈’과 불완전하고 모호한 현실 세계를 다루려는 ’현실적 논리의 시도’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 이중성은 기술 발전에 내재된 근본적인 긴장 관계, 즉 이상과 현실, 완벽과 실용, 인간 모방과 도구로서의 기능 사이의 긴장을 반영한다. 1920년대에 던져진 질문들—기계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 자체를 대체할 것인가? 모든 사유는 계산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되어 다시금 그 답을 요구하고 있다.
7. 참고 자료
- 로봇 | 카렐 차페크 - 국내도서 -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197672
- [전자책] R.U.R | 카렐 차페크 -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9917711
- 로봇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 전자책서비스, https://ebook.library.kr/detail?id=4808976966360&contentType=EB
- R.U.R.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R.U.R.
- 자동인형에서 인공지능 로봇까지 - 교육사랑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http://www.edulove.info/bbs/board_view.php?bid=letter_sss&uid=182&pageno=1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A1%9C%EC%88%A8%EC%9D%98%20%EC%9C%A0%EB%8B%88%EB%B2%84%EC%84%A4%20%EB%A1%9C%EB%B4%87
- 1920년대 조선의
- 카렐 차페크, <로봇>(RUR)- 계급투쟁이 로봇에 실렸네 -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COLUMN/COLUMN/10216.html
- 메트로폴리스 (1927년 영화)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EB%A9%94%ED%8A%B8%EB%A1%9C%ED%8F%B4%EB%A6%AC%EC%8A%A4_(1927%EB%85%84_%EC%98%81%ED%99%94)
- 사라지는 로봇 영화, 로봇 100년 [2] - 로봇 캐릭터 - 씨네21, https://cine21.com/news/view/?mag_id=31692
- [과학자가 추천하는 과학영화] SF의 진정한 고전, 메트로폴리스(1927),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801/selectBoardArticle.do?nttId=12934
- 1927년에 상상한 미래도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 주간조선,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373
- [인문] ’메트로폴리스’에서 만난 최초의 안드로이드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https://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16
- 1927년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진짜 이상해, 솔직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 r/TrueFilm - Reddit, https://www.reddit.com/r/TrueFilm/comments/19csc78/the_1927_film_metropolis_is_truly_peculiar_and_im/?tl=ko
- 사라진 최초의 로봇 ‘에릭’ 부활한다 < 로봇 < 기사본문 - 로봇신문, https://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522
- 로봇과 사이버네틱스의 원조(3) - 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kr/?p=2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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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끈 로봇 ‘로버트’, https://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55
- 1928년 개발된 로봇, 기계인간 ‘에릭’ - 파퓰러사이언스, https://www.popsci.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50
- 걷고, 말하고 담배까지 피는 로봇, 일렉트로 – 웨스팅하우스 … - 로봇신문, https://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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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사38] 논리학(論理學, logics) - 인문학서원 에피쿠로스, http://www.epicurus.kr/Humanitas/38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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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치논리 (r4 판) - 나무위키:대문, https://namu.wiki/w/%EB%8B%A4%EC%B9%98%EB%85%BC%EB%A6%AC?uuid=d5c3a83f-7476-4a67-a5de-5f21bb4dd0a0
- 다치논리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8B%A4%EC%B9%98%EB%85%BC%EB%A6%AC
- 논리 실증주의 - 나무위키:대문, https://namu.wiki/w/%EB%85%BC%EB%A6%AC%20%EC%8B%A4%EC%A6%9D%EC%A3%BC%EC%9D%98
- 빈 학파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EB%B9%88_%ED%95%99%ED%8C%8C
- 논리 실증주의(論理實證主義, Logical Positivism) - 동서고금 인문학 - 오디오와 컴퓨터, https://cafe.daum.net/kis0901/UnrI/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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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실증주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EB%85%BC%EB%A6%AC%EC%8B%A4%EC%A6%9D%EC%A3%BC%EC%9D%98
- 논리실증주의, 경험과 논리의 갈등 - 3.현대사상 - Daum 카페, https://cafe.daum.net/PSATYSG/LowE/14?svc=cafeapi